제공: 한빛 네트워크
출처: 검색2.0 : 발견의 진화(Ambient Findability) Chapter 1.
Chapter 1. 찾는 사람이 임자
나는 로드 아일랜드의 뉴포트 해변가에 앉아 있다. 물가에서는 갈매기들과 깝짝도요들이 사냥을 하고, 대서양은 이른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내 오른편으로는 들쭉날쭉한 뉴잉글랜드 해안선과 뉴포트 맨션들(산업시대에 증기선과 철도, 해외 무역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지은 화려한‘여름 별장들’)의 말끔한 정원 사이로 클리프 워크라는 이름의 좁다란 길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나는 뉴포트의 해변에 앉아 있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나는 손바닥 위에 놓인 기기, 트레오(Treo) 600 스마트폰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 이 기기로 바로 지금 이곳에서 이 문장을 쓰고 있다. 트레오 600은 144메가헤르츠 RISC 프로세서와 32메가 바이트 램, 컬러 화면, 그리고 완벽한 쿼티 자판을 갖춘 175그램짜리 기기로, 그 자체로서 하나의 멋진 마이크로 컴퓨터이다. 하지만 그래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내가 이 기기를 사랑하는 이유는 나로 하여금 지금 이 시간, 이 장소를 초월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휴대폰에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웹 브라우징 기능을 갖춘 팜(Palm) 기반 오거나이저가 결합된 트레오는 전세계적인 소통과 정보망으로 나를 연결시켜 준다.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거나, 날씨를 확인하거나, 책을 사거나, 뉴포트에 관한 정보를 얻거나, 점심 먹을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다. 손바닥 안에 있는 21세기의 거울을 통해 나는 전 세계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기기가 쌍방향 거울이라는 점이다. 전화나 이메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이 내게 연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기술만 있다면 누군가 내 위치를 몇백 피트 이내로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다. 대부분의 신형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내 트레오 역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칩을 내장하고 있어서 E911 응급상황 위치 서비스를 지원한다. 말하자면 나는 발견가능한(findable) 것이다.
이제부터가 흥미로운 부분이다. 우리는 파인더빌러티(findability)의 발달 과정상 변곡점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온갖 종류의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기기를 만들어내고, 사람, 장소, 제품, 그리고 소유물에 관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유비쿼터스 디지털 네트워크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다음 사례들에 관해 생각해보자.
- 앰비언트 디바이시즈(Ambient Devices) 라는 회사에서는 조명, 펜, 시계, 벽, 의복 등 일상 생활 속의 물건에 정보 표시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출시한 앰비언트 올브(Ambient Orb)라는 무선 기기의 경우, 웹사이트에서 날씨나 주식 시장, 교통 패턴 등의 옵션을 지정하면 색깔 변화를 통해 해당 옵션의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의 고속도로 혹은 도쿄와 베를린의 거리 곳곳에 내장된 무선 센서를 통해 모바일 기기로 보내지는 실시간 데이터 서비스 덕분에 자동차 운전자들은 어느 곳의 교통이 혼잡하고 어느 지역에서 사고가 있었는지를 미리 알고 그 지역을 피해갈 수 있다.
- ‘컨버전트 아키텍처(convergent architecture)’의 선구자들은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대학 안에 스위스하우스(Swisshouse)라는 새로운 유형의 영사관을 지었다. 이 건물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과학자 집단을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들 근처의 건물에도 상설 시청각 링크와‘벽면 위의 웹(web on the wall)’이 구현될지 모른다.
- 딜리셔스 라이브러리(Delicious Library) 사의 소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파이어 와이어 포트가 있는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와 아이맥으로 멀티미디어 카탈로그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책이나 영화, 음악, 비디오게임 등에 찍혀 있는 바코드를 카메라로 스캔하면 해당 아이템의 표지와 함께 웹에서 엄청난 양의 정보를 가져온다. 한 마디로 위치 인식 기능까지 갖춘 P2P 방식의 개인 도서관이라 할 수 있으며, 친구나 이웃들과 자신의 소장품을 공유할 수도 있다.
- 웨리파이 와이어리스(Wherify Wireless) 사에서 판매하는 GPS가 내장된 아동용 손목 시계로 언제 어디서든 아이들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시계에는 ‘빵조각(breadcrumbs)’이라는 똑똑한 기능이 있어서 몇 시간 동안 아이가 어디를 돌아다녔는지도 알 수 있다. 덴마크의 레고랜드같은 놀이 공원에서는 이 시계와 비슷한 기기를 대여해 부모들이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프록터 앤 겜블(Proctor & Gamble)과 같은 제조 회사에서는 이미 위치 추적이 가능한 RFID 태그를 제품에 넣어 도난율을 낮추고 재고 관리를 자동화했다. 제품이 매장을 떠나 가정이나 사무실로 간 뒤에도 한동안 RFID 태그의 기능이 살아있어 제품의 위치를 알 수 있다.
-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바자 비치 클럽(Baja Beach Club)의 단골 손님들은 손가락을 한 번 까딱하는 것만으로 술을 사거나 문을 열 수 있다. 주사기로 주입하는 RFID 마이크로칩 이식술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손님이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지, 신용 한도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칩을 심는’일은 VIP 멤버에게만 제공되는 고급 서비스로 여겨지고 있다.
프로세서나 센서, RFID 태그의 크기와 가격, 그리고 관련 기술들은 티핑 포인트에 접근하고 있다. 오늘의 값비싼 시제품들이 내일이면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된다. 사람이나 사물의 위치를 언제 어디서든 추적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 TV 리모콘이나 배우자의 구두 밑바닥에 작은 스티커를 붙인 후 트레오의 웹 브라우저를 실행시키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거울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과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는 풍부한 정보의 세계로 들어서고 있다. 그 곳에서 뛰어난 도구들과 위치 기반 서비스 등으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개인과 집단은 유연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여전히 사생활, 자유, 편의, 안전의 균형을 이루려고 애를 쓸 것이다. 이 모든 신기한 것들 한복판에서, 인류가 자랑해 마지않는‘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능력은 시험에 들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정보에 근거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좀더 효율적으로 검색을 할 수 있으려면 뭘 얼만큼 더 알아야 할까? 90억개의 웹 페이지, 60억의 사람들이 있다. 누구에게 질문할 것인가? 누구를 믿을 것인가? 최고의 제품을, 꼭 맞는 사람을, 중요한 데이터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
해답은 길찾기(wayfinding), 소셜 소프트웨어(social software), 정보 검색(information retrieval), 의사결정도(decision tree),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 진화 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 문헌 정보학(librarianship), 그리고 권위(authority)의 묘한 연관성 안에 숨어있다.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말을 만들어낸 SF 작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이 말했듯이,“ 미래는 오늘날 존재한다. 다만 고르게 배분되지 않았을 뿐이다.”
인터넷이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만나는 지점에서 내비게이션, 커뮤니케이션, 상거래, 그리고 정보 검색 내역이 융합된다. 길을 찾는데, 제품을 찾는데, 해답을 찾는데, 그리고 우리 자신을 찾는데 점점 더 많은 휴대용 기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원자의 땅과 비트의 바다를 연결하는 해안선을 파악해 나갈 때, 파인더빌러티는 우리가 지나온 곳과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들을 보는 훌륭한 렌즈의 역할을 한다.
앰비언트 파인더빌러티란?
그러면 파인더빌러티란 정확히 무엇일까? 이 섹션에서 잠깐 살펴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find.a.bil.i.ty n.
a. 위치가 밝혀질 수 있거나 찾아가는 것이 가능한 속성
b. 특정 물건이 발견되거나 위치가 파악될 수 있는 정도
c. 어떤 시스템이나 환경이 내비게이션과 검색을 지원하는 정도
파인더빌러티는 개체와 시스템 양쪽의 관점에서 측정할 수 있다. 문서의 제목, 구명 조끼의 색깔, 내장된 RFID 태그의 유무 등, 개체가 좀더 쉽게 발견되도록 혹은 발견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개별적인 속성(attribute)들을 측정할 수도 있고, 전체 시스템에서 사람들이 길을 찾고 그들이 가려고 하는 곳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지를 측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환자가 병원을 찾아다닐 수 있는가?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찾아다닐 수 있는가? 등.
물론 개체의 파인더빌러티와 시스템의 파인더빌러티는 밀접하게 연관되곤 한다. 오렌지색 구명 조끼는 오렌지색 바다에서는 주의를 끌 수 없지만, SIP(Statistically Improbable Phrases)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확연히 두드러지게 마련이다. 파인더빌러티는 명확함과 개성, 차이점을 필요로 한다. 실제 환경에서는 크기, 모양, 색깔, 그리고 위치에 의해 물건들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영역에서는 언어에 크게 의존해야 한다. 이름표로서의 언어, 링크로서의 언어, 키워드 등.
하찮게 여겨지던 키워드가 최근 몇 년 새에 놀라울 정도로 중요해졌다. 온라인 검색 과정에서 키워드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며, 키워드를 입력하고 검색하는 일은 이제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구글, 야후!, MSN, 이베이, 그리고 아마존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뉴스, 제품, 사람, 중고 가구, 음악을 검색한다. 여기서 키워드(keyword), 즉 어떤 단어(word)를 입력하는가가 바로 성공으로 가는 열쇠(key)가 되기도 한다.
키워드 검색의 힘이 월드와이드웹의 풍부한 정보와 결합되어 거래 방식의 혁명이 일어났다. 단순히 오프라인 쇼핑의 경험을 온라인 상으로 옮겨오는 정도가 아니다.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정보와 선택권에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일찍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이렇게 많았던 적도, 또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기 이전에 이렇게 많은 제품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적도 없었다. 권력은 계속해서 소비자에게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 중심의 푸시(push)에서 사용자 중심의 풀(pull) 방식으로 대세가 바뀌면서6 광고의 효과는 제품 디자인이나 품질, 가격의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TV 광고나 고압적인 영업 사원의 홍보성 멘트에 의존하지 않고도 최고의 제품과 최고의 거래 조건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간단한 키워드와 복잡한 파인더빌러티 엔진 덕택에 정보에 기반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제품에 대해 검색하거나 평가하기 위해 어떤 도구나 시스템을 살펴볼 때 키워드 검색은 시작일 뿐이다. 아마존의 풍부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생각해보라. 그곳에서 무수한 제품에 관해 세세한 정보까지 비교 대조할 수 있다. 키워드 검색, 혹은 카테고리와 서브카테고리를 선택하는 것으로 탐색은 시작된다.
예를 들어 디지털 카메라를 찾고 있다고 하자. 전자 제품을 선택한 후 카메라와 사진 관련 제품을,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를 선택한다. 이제 진짜 선택이 시작된다. 브랜드별로 살펴볼 수도 있고 메가픽셀 수에 따라 걸러낼 수도 있다. 베스트셀러 위주로 살펴보거나 최저가 위주로 살펴볼 수 있다. 어떤 카메라든 간에, 제조사에서 발표한 설명과 사양을 볼 수 있고, 제조사 측 주장과 고객 리뷰의 생생한 목소리를 비교 검토할 수 있다.
이 카메라 죽인다! 그 카메라는 후졌다! 삼각대 마운트가 없다. 해외에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다. 이 카메라는 손이 큰 사람들이 쓰기에는 너무 작다. 호수에 빠뜨렸는데도 멀쩡히 잘 찍히더라.
이런 고객 리뷰들은 재미있고 예리하고 중요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로 하여금 정보의 출처를 평가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아마존? 제조사? 그저 아무나? 우리는 비교 검토를 통해 이들 주장의 정당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이피니언즈(Epinions), 씨넷(CNET), 컨수머 리포츠(Consumer Reports) 등의 온라인 평판 서비스를 확인한다. 친구에게도 물어본다. 이 모든 출처들, 그리고 그 출처의 신뢰도와 신용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제품을 찾는 과정을 익혀간다.
출처의 신용도와 권위는 건강 정보 분야의 경우 훨씬 더 중요하다. 건강 관리 비용이 하늘로 치솟는 시대, 시간에 쫓기는 의사들 덕분에 건강에 관한 궁금증을 온라인에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미국 내 성인 인터넷 사용자의 80%, 혹은 18세 이상 미국인의 거의 절반 가량(약 9천5백만 명)이 인터넷에서 건강과 의학 정보를 검색한다. 우리는 특정 질병에 관해 학습하고, 의학적인 절차들에 관해 알아보고, 영양 보충제를 찾고, 자기 자신을 위해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체 요법과 대체 약품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지적 능력은 시험대에 오른다.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찾는다 해도 그것을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의 판단이 점점 좋아지고 있을까 아니면 나빠지고 있을까?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건강 분야에서 구글의 성능은 그다지 뛰어나지 못한 것 같다. 최근 막내딸 클라우디아가 심한 땅콩 알레르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문제에 관해 갑자기 관심을 가지게 된 나는 웹에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구글에서 전문 사이트라고 보여주는 peanutallergy.com는 피상적이고도 철저히 상업적인 웹사이트로, 특정 브랜드의 땅콩 없는 초콜릿과 콩으로 만든 버터를 팔고 있었다. 야후!와 MSN도 나을 게 없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고급 검색 기술과, 국립 건강 연구소나 질병 통제 센터와 같은 관계 당국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서 겨우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웹으로 먹고사는 정보학자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찾는 건강 정보들은 의사의 진단이나 조언을 확인시켜 주기도 하고 가끔은 다른 의견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가끔은 그저 좀더 박식해진 느낌이나 확신을 주기도 한다. 국립 암 연구소로 날아온 아래 이메일을 한번 살펴보자.
일흔두 살 되신 어머니가 폐암에 걸렸다는 것을 어제 저녁에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충격을 받으셨는지 별로 말씀이 없으시더군요. 저는 어머니와 4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데다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곁에서 돌봐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내서 폐암에 관해 될 수 있는 한 많은 정보를 얻고 배우려고 합니다. 이런 유익한 웹사이트를 만들어주신 분, 혹은 분들께 감사의 편지를 드립니다. 이 웹사이트를 통해 딸된 도리로 어머니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앞으로 몇 달 안에 다가올 일들을 위해 가족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슬픔과 감사가 담긴 이 메시지에서 우리는 희망과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실질적인 진보에 대한 희망이다. 바로 몇 년 전이었다면 메일을 쓴 이 사람은 필요한 것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인터넷은 전 시대에 걸쳐 가장 빠르게 진화하는 새로운 매체다. 이 메시지를 보면서 사람들을 콘텐츠와 서비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연결시켜주기 위해 우리가 하는 일이 진정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영감을 얻는다. 디자이너, 개발자, 작가를 포함해 화면 뒤에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구축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기 힘들다. 우리는 사용자와의 공감을 하나의 신념처럼 간직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보내는 메시지나 사용자들과의 접촉 덕분에 그 신념을 새롭게 다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네트워크 생태계에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어포던스(affordance)로 무장한 무선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예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동중 보기 편하게 하려면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서 기기를 사용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창조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용자가 사무실에 있을까, 아니면 욕조에 앉아 있을까? 전송 속도와 화면 크기는 얼마일까?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등장하면서 웹은 우리를
둘러싼 온갖 인터넷 개체들을 위한 인터페이스이자 기반 구조로 변해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사용자 경험에 관련된 이러한 변수들은 점점 늘어만 갈 것이다.
am.bi.ent adj.
a. 주변의, 둘러싼 : (예) ambient sound(배경음)
b. 완전히 포위한
앰비언트 파인더빌러티(Ambient Findability)는 언제 어디서든 사람이나 물건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을 말하며, 이런 세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아직 그곳에 완벽히 도달하진 못했지만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보는 말 그대로 공중에 떠다니며 실제로 우리의 사고를 변화시킨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파인더빌러티가 개개인에게 자유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웹이 대중의 매체, 즉 매스미디어를 위협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정보 출처와 뉴스를 접하고 있다.‘ 파인더빌러티’는 때맞추어‘앰비언트’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정보활용능력의 중요성
미국 어린이들은 매일 평균 네 시간씩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이 아이들은 매년 약 20,000건의 광고에 노출되며, 고등학교를 마칠 즈음까지 화면상으로 약 8,000건의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좋은 일일까? 이에 대해 사회는 뒤섞인 반응을 보인다. 한편에서는 텔레비전의 해악에 대해 비난한다. 미국 소아학회같은 기관에서는 TV 시청이 공격적인 행동과 운동 부족, 그리고 위험한 성적 행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문에서는 만연하는 폭력과 비만, 문맹을 TV 탓으로 돌린다. 또 한편으로 우리는 여전히 아이들이 TV를 보게 놔둔다. 아마 학회나 기관을 못 믿거나 신문 기사를 의심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간섭할 시간과 열정이 없는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다른 아이들도 다 보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믿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텔레비전의 지배와 지식 능력의 퇴보에 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괴리감이 든다. 미디어에 찌든 아이들 세대의 건강이 염려스럽긴 하지만, 나는 그들의 읽고 쓰는 능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문화는 문맹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는 문자를 통한 의사 소통 능력을 습득하지 않고는 살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문서 양식을 작성할 수 없다면 곤경에 처한다. 미국의 식자율은 97%이고, 유럽 대부분의 지역은 99%이다. 이렇듯 기본적인 식자 능력은 위태로운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하다고도 할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은 급박하고도 혼란스런 매체의 지평을 물려받는다. 책, 잡지, 신문, 광고 게시판, 전화, 텔레비전, 비디오, 비디오 게임, 이메일, 문자 메시지, 인스턴트 메시지, 웹사이트, 블로그, 위키 등 목록은 끝이 없다. 이런 모든 커뮤니케이션 도구와 정보 출처들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신나는 일이긴 하지만,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새로운 종류의 지식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백과사전에서‘정답’을 찾던 날들은 지나 갔다. 요즘에는 여러 곳에 여러 해답들이 존재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엔카르타 백과사전에서 찾거나 위키피디아에서 찾을 수 있고, 구글을 통해 검색할 수도 있다. 찾을 것은 너무너무 많지만, 먼저 어떻게 검색하는지, 그리고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정보의 시대에서 트랜스미디어(transmedia)적인 정보 활용 능력은 핵심적인 생활 기술이다.
미국 도서관 연합은 정보 활용 능력(information literacy)을“개인이 정보가 필요한 상황을 인식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고, 평가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일련의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대의 빠른 기술 변화와 정보의 범람 속에서 정보 활용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처럼 복잡해져 가는 환경 덕분에 개인은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개인 생활에서) 각양각색의 수많은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도서관, 지역 리소스, 특정 관심 집단, 미디어,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정보가 점점 더 여과되지 않은 채로 개인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그 확실성과 타당성, 신뢰도에 대한 의문은 커져만 간다. 게다가 정보가 그림, 소리, 텍스트를 포함하는 여러 매체들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개인이 정보를 평가하고 이해하는 데 새로운 어려움이 생겨난다. 정보의 질적인 불확실성과 늘어만가는 정보량으로 인해 사회는 커다란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정보가 풍부하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이 현명해지지는 않는다.
정보 활용 능력은 개인의 성공을 도와주기도 한다. 여러 매체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소비자는 효율적인 정보 활용을 통해 최저가의 질 좋은 상품을 찾아낼 수 있다. 책이나 차, 혹은 집을 사려고 할 때 인터넷을 이용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제작자들은 정보 활용 능력을 이용해 최상의 직업을 구하고 유지할 수 있다. 지식 노동자들은 정보를 찾고 걸러내고 분석하고 만들어내고 관리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이런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디지털 시대의 정보 격차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된다. 사회는 아이들의 교육에 지속으로 투자하고, 시민들의 정보 활용 능력을 개발하는데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