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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의 경제학

한빛비즈

번역서

판매중

  • 저자 : 칼 라우스티아라 , 크리스토퍼 스프리그맨
  • 번역 : 이주만
  • 출간 : 2013-04-12
  • 페이지 : 428 쪽
  • ISBN : 9788994120560
  • 물류코드 :3064
  • 초급 초중급 중급 중고급 고급
4점 (1명)
좋아요 : 28

특허법과 지적재산권법이 혁신을 후퇴시키고 있다!

 

2012년 8월 애플과 삼성전자 간 특허소송 1심 판결이 나오자 전 세계의 여론은 의외의 반응을 나타낸다. 미국의 국민기업인 애플을 지지하면서 삼성전자를 카피캣으로 비방하던 여론이 뒤바뀐 것이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은 이제 변모하여 특허를 무기로 혁신을 가로막고 경쟁사를 공격하는 악덕 기업으로, 삼성전자는 애플과 특허법의 폐해에 대항하는 백기사의 이미지가 된 것이다. 

 

나아가 애플과 삼성전자 간 특허소송은 특허법이 혁신을 촉진시키는가, 아니면 후퇴시키는가의 문제로 확산된다. <포브스>는 《모방의 경제학》의 저자 칼 라우스티아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애플 자신들도 지속적으로 남의 혁신을 베낀 모방자이면서 이제는 특허법을 이용해 경쟁자의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특허법이 혁신을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조품이 오히려 혁신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모방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기존 트렌드를 죽이도록 도와주며, 새 트렌드의 수요를 만들어내는 혁신 과정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혁신을 보호하고 장려하기 위해서는 특허법과 지적재산권법 같은 법으로 혁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알아왔다. 그리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모순된 격언을 들어왔다. 모방과 혁신, 그리고 모방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조품이 혁신을 촉진시키고 있다!

 

백화점에서 골목 식당까지, 오늘날 우리는 어딜 가나 모조품과 마주한다. 베끼기가 성행하면 창작 의지가 꺾이고, 혁신은 사라지며, 결국 경제는 후퇴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입장이다. 과연 베끼기는 항상 나쁜 것일까? 이 책에서 저자들은 베끼기가 만연해도 창작활동이 시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활발해질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모방의 경제학》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모방과 혁신의 문제에 접근한다. 저자들은 패션, 요리, 심지어 금융까지 베끼기가 대부분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창의적인 산업들을 탐구한다. 일부 창의적인 산업에서는 업계규범을 통해 사적인 제재를 가함으로써 베끼기를 규제한다. 또한 베끼기의 자유가 주어진 덕분에 오히려 신제품이 활발하게 창출되는 산업도 있다. 패션산업은 ‘짝퉁’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지만, 결과적으로 패션산업은 훨씬 창의적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모방의 경제학》은 특허법과 지적재산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산업을 통해 모방과 혁신 간의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중국의 불법복제 시장에서 세계 최대의 토렌트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모조품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글로벌 경제의 미래를 여전히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이유도 제시한다. 특허법과 지적재산권법이 없어도 혁신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이들 법이 없는 편이 혁신에 더 유익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칼 라우스티아라 저자

칼 라우스티아라

미국 UCLA대학 법대 교수인 칼 라우스티아라는 지적재산권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이다. 2012년 8월 애프롸 삼성전자 간 특허소송 1심 평결이 나오자 <포브스> 등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라우스티아라 교수를 잇달아 인터뷰하고, 그의 의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 하버드 법대에서 법학 박사를, UC샌디에이고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크리스토퍼 스프리그맨 저자

크리스토퍼 스프리그맨

버지니아대학 로스쿨 연구교수인 크리스토퍼 스프리그맨은 지적재산권법, 반독점법, 경쟁 정책을 비교연구하고 있다.

이주만 역자

이주만

서강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번역가들의 모임인 (주)바른번역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끌림》 《괴짜들의 비밀》 《탈출하라》 《다시, 그리스 신화 읽는 밤》 《처음으로 기독교인이라 불렸던 사람들》 《심플이 살린다》 《회색 코뿔소가 온다》 《사장의 질문》 《다시 집으로》 《경제학은 어떻게 내 삶을 움직이는가》 《나는 즐라탄이다》 《모방의 경제학》 《법은 왜 부조리한가》 《케인스를 위한 변명》 《화폐의 심리학》 《그라운드스웰》 등이 있다.

 

서론. 베끼기는 혁신의 독인가?
황금기를 누리고 있는 요식업계
법에 의존하지 않는 코미디계
경쟁팀의 전략을 베끼며 성장하는 미식축구

 

01. 짝퉁이 패션산업에 미치는 영향
간단히 살펴보는 패션계의 역사
어째서 디자인 베끼기는 위법이 아닌가?
베끼기 규제하기 : 1930년대 패션창작자 협동조합
현대의 베끼기 논쟁
모조품 시장
베끼기의 역설
업계 규범과 시장선점 효과
결론 :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을 베껴야 할까?

 

02. 우리가 다양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이유
간단히 살펴보는 요식업계의 역사
요식업계의 베끼기 관행
베끼기에 대한 제약
요리 베끼기 논쟁
요리사들은 왜 창의적인가?
결론 : 창의적인 칵테일을 통해 살펴보는 요식업계

 

03. 서로를 감시하는 코미디언들
간단히 살펴보는 스탠드업 코미디의 역사
저작권법이 적용되지 않는 스탠드업 코미디
현대 스탠드업 코미디언들과 업계 규범
코미디계의 업계 규범과 혁신
결론 : 업계 규범의 마법

 

04. 창작과 표절이 공존하는 산업들
미식축구 : 경쟁 상황과 혁신
폰트 : 기술 발전과 혁신
금융산업 : 시장 규모와 혁신
데이터베이스 : 법적 보호와 혁신

 

결론. 베끼기는 어떻게 혁신을 촉진하는가
혁신과 베끼기에 대한 실전 교훈
유행과 주기
업계 규범
제품 대 퍼포먼스
개방과 혁신
시장선점 효과
브랜드와 광고
비용, 편익, 창의성
낙관적 편견
승자독식 시장
창작 비용
베끼기와 혁신의 역설

에필로그. 음악산업의 미래
간단히 살펴보는 음악산업 쇠퇴 과정
냅스터의 등장
이길 수 없다면 한패가 되라
불법 음원과의 2차 전쟁
음악시장의 새로운 강자, 애플
미래에 대한 전망
음악은 체험이다
음악은 소셜 네트워크다
고품질 전략
모든 길은 콘텐츠로 통한다
결론 

이 책을 읽다보니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부활의 리더 김태원씨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났다. “음악에서 코드는 주인이 없어. 내가 쓰면 내꺼야~!”
김태원씨의 말은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질 대로 알려진 “코드”를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바로 뮤지션의 역할이라고 이해했었고, 이 책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한다.
책의 헤드카피에 적힌 것처럼 애플에서 삼성의 갤럭시S가 자신들의 아이폰의 디자인을 표절했다고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 하지만, 그 애플 아이폰도 이전의 LG의 프라다폰이나 Sony의 Experia폰의 디자인과 많은 면에서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애플의 아이폰은 LG와 Sony의 디자인에서 영감(또는 힌트)를 얻어서 새롭게 창작을 한 것이고, 삼성의 갤럭시S는 아이폰을 그대로 표절했다는 것이 애플의 주장일텐데, 과연 영감을 얻어 창작을 했다는 것과 표절의 구분은 어떻게 할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책은 이런 창작과 표절의 구분을 어떻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하지 않는 산업에서 오히려 더 많은 창작활동이 일어나고 있고, 그 창작활동이 해당 산업을 더욱 융성하게 한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를 보여주면서 주장하고 있다.
책의 초반에서 예시로 든 미국의 패션 산업은 아마 스티브잡스가 패션 산업에 진출했었다면 홧병으로 돌아갔을 정도로 “대놓고” 표절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때문에 많은 명성있는 디자이너들이 피해를 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모방이 패션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 이로 인해 새로운 창작활동이 일어나며, 그것이 현재 미국의 패션 산업을 세계 최일류로 꼽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만일, 다른 제조업과 유사하게 패션 디자인에 대해 강력한 지적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법이 제정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패션 산업의 융성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모든 지적재산권, 특허, 저작권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산업(예를 든다면, 첨단 기술이나 제약 분야)에서는 특허나 지적재산권이 신기술을 개발하려는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필요하지만, 어떤 분야(예를 들면, 예술이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일정 정도의 모방을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창작 활동을 자극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지적하고 있고, 이러한 저자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공감을 하게 된다.
사실 인간의 창작활동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완전한 무에서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아인슈타인 정도의 천재가 아니면 불가능 할 것이다. 요즘 나오는 새로운 기술들도 기존 기술의 불편함을 보완하거나 기존 기술에 일부 기능을 개선해서 나오는 것이 거의 대다수이다. 이런 면에서 오히려 강력한 지적재산권의 규제는 전반적인 산업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충분한 보람을 느꼈다.
수많은 예시를 제시하고 흥미로운 사례가 많지만, 상아탑의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책이다 보니 (아주 흥미로운 주제에 비해) 좀 지루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 활동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색다른 시각을 제시해준다는 면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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